서울시 영등포구에서 보내온 편지이다.
저는 태어나면서부터 병치레를 많이 했으며 큰 수술을 세 번씩이
나 하고 죽을 고비를 구비 구비 넘어 왔답니다. 제가 말씀 드리고자
하는 꿈은 세 번째 수술을 남겨두고 며칠 전에 꾸었던 꿈입니다.
그 무렵 몸과 마음이 약해질 때로 약해져서 그랬는지 유독 많은
꿈을 꾸었는데 다른 꿈들은 금방 잊어 버렸는데 이 꿈은 지금도 너
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.
제 고향 마을 뒤,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있고 학교 등하교시에는
그 산을 넘어 다녔답니다. 꿈속에서 저는 고향 아이들과 여럿이 어
울려 그 산을 달려 내려오고 있었습니다. 산을 내려온 다음엔 배를
타고 바다 건너편으로 놀러를 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. 한참 내려오
고 있는데 바다 가운데 우리가 타고 갈 배가 오고 있었는데 그 배에
는 저의 친정 아버님이 타고 계셨는데 아버님 모습이 TV에서 보는
저승사자 모습과 흡사하였답니다. (표정없이 핏기없는 얼굴이) 저
는 너무 반가와서 정신없이 달려 내려 왔는데 저만 남겨두고 배는
벌써 떠나 버렸습니다.
속상하고 화가 나서 배가 떠난 자리에서 아버님을 한없이 원망하
고 있는데 멀리서 또 한척의 배가 오고 있었습니다. 그런데 그 배는
아까 아버님이 타고 왔던 그 배라고 하는데, 그 배에 깃대가 꽂혀
있었고, 깃대 끝엔 세모로 생긴 흰 천에 까만 글씨로 "조난" 이라고
씌여 있었다. 저는 꿈속에서도 아니 그럼 내가 저 배를 만약에 탔
었더라면----아버님이 나를 살리셨구나 했답니다.
그 이후엔 한 번도 아버님을 꿈에 뵌 적도 없으며, 생생하게 기억
되는 꿈도 꾸지 않았답니다. 참고로 말씀 드리자면, 저의 친정 아버
님은 제가 8살 되던 해 여름에 작고 하셨지요.
수술의 결과가 꿈을 통해 예지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. 즉 꿈속
에서 타지 못하고 떠난 배가 조난 이라는 꿈의 상징표상으로 나타
나고 있어, 조난 의 배를 타지 않았기에 수술에 성공하게 될 것을
예지해주고 있다. 이 경우 계시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돌아가신 아버
님의 현몽으로 볼수도 있으며, 자신의 잠재의식적인 자아가 만들어
낸 창작표상일 수도 있다.
다만, 이 꿈에서 특이한 것은 꿈속에서 글자가 나타난다는 것인
데 이처럼 꿈속에서 한시(漢詩)라든지, 어떠한 문구나 시구 등이
나타날 수도 있다. 꿈속에 나타난 숫자를 보고 주택복권에 당첨된
사례가 있기도 하다. 또한 꿈속에서 몇 년후에 일어날 경마소식지를
미리 보고, 몇 년후에 실제로 꿈을 믿고 꿈속에서 본 우승 경마에
돈을 걸음으로써 엄청난 횡재를 한 사람의 꿈사례가 있다. 끝.
